2011년 6월 여행.
재작년에 급히 떠났던 유럽 여행 그 시작은 이집트 카이로로 선택했다. 저렴한 항공권에 대한 기대는 접었던지 오래였다. 보통 유럽 방향으로 가는 항공권을 저렴하게 사려면 6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떠나기 3개월 전에 구해야 했다. 하지만 다행히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티켓이 아직 100만 원 초반대에 남아있었다. 그 당시 다른 항공사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저렴했기에 바로 티켓팅 완료. 항공료 + 택스 + 유류 할증료 다해서 120만 원에 구했으니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당시 아에로플로트를 처음 탑승할 예정인 나는, 국내에서 시끄러운 리뷰를 읽었던 터라 걱정은 조금 했었다. 결론은, 역시 대형 항공사답게 나는 꽤 괜찮은 탑승이었다.
러시아 항공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것은, 우리와 다른 서비스 마인드 때문.
동유럽 국가 특유의 차가움과 그들이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는 우리가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와 조금 다르다. 그래서인지 특히 한국 여행객들은 아에로플로트 승무원의 서비스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한국인 여행객들에게는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많은 항공사이기도 하지만 정작 타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 많은 소문에 비해 괜찮았다"는 리뷰도 많은 항공사이기도 하다. (이전의 불친절하다는 리뷰로 예방주사를 맞은 덕택일지도 모르겠다.) 여행과 관련된 불편한 문제는 어느 항공사마다 있을 수 있다. 특히 수하물 분실이 그렇다. 어느 항공사에서나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몇몇 항공사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가장 큰 불만을 소비자로부터 받기도 한다. (그중에 러시아 항공사도 포함됨.)
러시아 내에서는 국적기로서 위용을 떨치다가도 한국만 오면 저렴한 가격을 선사하는 아에로플로트. 사실 아에로플로트는 유럽으로 가는 경유 노선 중에서 최단 시간 노선임이라는 것은 매우 정말 큰 메리트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다른 대형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인 것도 큰 메리트다. 게다가 러시아 항공사는 최근, 달라진 기종을 선보인 덕택에 오랜 시간의 비행에도 지겹지 않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가미했으니, 유럽 여행 시 (또는 당연히 러시아 여행 시) 러시아 항공사의 우선순위에 들어가는 것은 이제 당연해 보인다.
재미있는 일은, 내가 러시아 친구들한테 아에로플로트 탑승한다고 하면 "엉? 그거 비싸잖아;;;;" 라고 첫마디를 건넨다. 마치 우리가 대한 항공사의 항공권을 구매하면 왠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느끼는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대한 항공도 해외에 나가면 저렴한 세일 판매 전략을 세운다.) 그들에게는 아에로플로트는 제 1 국적기니까 어찌 보면 그런 반응은 당연. 국적기는 어느 나라든 자국에서는 다소 비싼 경향이 있다.
시차 적응이 걱정된다면, 인천공항 병원으로!
새벽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나는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적당히 허기를 달래준 뒤, 인천공항 지하 1층에 있는 인천공항 병원에 갔다. 이유는 단 하나, 시차 적응을 도와주는 약을 구하기 위해서! 사실, 시차 적응을 도와주는 약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시차 적응으로 인한 수면 장애가 오지 않도록 도와주는 영양제도 섞여 있다. 처방전을 받고 바로 약국으로 갔다. 인천공항의 같은 건물 내에 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은 역시 편리했다.
인천공항 내의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다. 이집트까지는 한국에서 약 7시간의 시차가 생기니 사실 잠자고 활동하는 시간이 뒤집힌다. 그리고 이집트를 입국으로 나의 유럽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시 같이 간 친구들은 2주 정도 같이 있고 귀국하는 걸로) 약 2개월 가까이 유럽에서 지내기로 했던 터라 몇 달간 지내야 할 그곳에서 적응이 조금 걱정되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처방받은 약을 안 먹고 너무 잘 적응했다. ^^;;
수속 시간 다가와 수속을 마치고 출국장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 이용하는 인천공항. 역시나 너무나 넓었다. 마침 탑승동으로 이동하니, 궁중 의복을 입고 퍼레이드가 진행 중이었다. 면세점에서 이것저것을 둘러보며 쇼핑하다가 퍼레이드를 발견하고, 쇼핑을 잠시 중단했다. 후다닥 면세점을 벗어나서 퍼레이드 구경했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들 모두 흥미로운 시선으로 한참을 보았다.
면세점을 둘러본 후 마티나 라운지에 갔다. 면세점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잠시 쉬려고 갔는데, 세상에나.
마티나 라운지에도 사람들이 정말 바글바글했다. 엄청나게 시끄러운 데다가 내부 리프레쉬먼트는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이러면 라운지 이용할 맛이 안 나잖아......
인천공항 출발, 모스크바 경유, 아에로플로트 탑승기
탑승 시간이 되어서 탑승 후 비행기는 이륙을 시작했다. 비행기가 정상 궤도에 돌입하고 나서야 벨트를 풀고 비행기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개인 모니터 있다는 사실은 장거리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당연한 요소이다. 그런데 요즘 개인 모니터 없는 비행기가 어딨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내가 여행할 당시에는 장거리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모니터가 없는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들이 있었다. 체코의 한인 숙박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해본 결과, 놀랍게도 인천에서 유럽까지 오는 동안 개인 모니터 없이 약 10시간 넘게 이동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 엄청 놀라워했을 정도! (그분 말에 따르면 지겨워서 기절할 뻔했다고.)
아에로플로트 기내식 맛있게 먹는 법 :(인천 → 모스크바)
인천에서 모스크바(경유지)까지 8시간. 긴 시간 덕분에 아에로플로트 기내식 두 번 제공된다. 나는 이 기내식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특히 기내식 서비스가 제공될 때 뜨거운 홍차도 같이 제공되는데, 이 홍차 받은 뒤 따로 마시기보다는 기내식으로 같이 제공된 빵에 버터 듬뿍 바른 뒤, 따뜻한 홍차랑 먹으면 그 궁합이 정말 좋다. 입안의 고소한 버터가 스르륵 녹으면서 홍차와 빵이 잘 어우러져서 정말 즐겁게 기내식을 먹었다. (나에게는 진정한 별미였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에 있는 기내식이 제공되었다면, 채소와 고기 따로 샐러드처럼 먹기보다 같이 제공되는 빵을 반으로 갈라서 야채와 햄, (길쭉한 초록색은 미니 오이다. 피클이어서 양념이 되어있다.) 미니 오이를 넣고 샌드위치처럼 먹으면 정말 맛있다.
p.s. 아에로플로트내에서 제공하는 사과 주스가 맛있다.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지겨운 마음에 수시로 모니터로 확인했다. 개인 모니터를 통해서 게임과 영화가 지겨워질 때는 여행책을 꺼냈다. 현지어 서바이벌 필수 문장들... 안녕하세요/고맙습니다/당신 이쁩니다/당신 잘생겼어요/얼마예요/깍아주세요/그리고 기타 등등. 특히 각 나라의 숫자를 말하는 발음을 익히기 위해 서로 퀴즈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가 기내식 제공되면 기내식 먹고, 잠을 청하기.
8시간의 비행시간이 끝나고 경유하기 위한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이제 더 지겨워서 뭘 할지 고민될 찰나에 공항에 도착하니 뛸 듯이 기뻤다. 영화도, 먹는 것도, 책도, 잠도 흥미가 떨어질 즈음.
공항에 도착하니, 정말 모스크바의 여름은 더웠다. 모스크바 쉐레예메티보 공항 내에서 쉴 수 있는 라운지로 이동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한 곳에서 PP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라운지의 위치는 정말 멀었다. 다행이라면 최종 도착지인 카이로로 향하는 비행기의 게이트는 라운지와 가까웠다.
▶ 2011, 모스크바 쉐레메티예보 국제공항, Classic 라운지
3시간 동안 경유 시간을 버텨야 했다. 라운지에서 시원하게 쉴 계획이었지만, 라운지 내의 에어컨이 고장인지, 아니면 계속되는 노동에 지친 것인지 에어컨은 정말 미적지근했다. 그러니 편안하게 시원하게 쉰다는 나의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라운지에 어느 정도 있다가 출발할 비행기가 있는 게이트로 이동했다.
모스크바에서 카이로까지는 약 4시간
카이로로 가는 비행기여서 그런지, 이 비행기 내에 동양인은 여렀 있었으나 나와 같은 극동 아시아지역의 사람은 나와 내 친구들이 전부였다. 총 3명. 다른 아시아인들은 무슬림으로 보였다. 당연히 나머지 대다수는 이집트 사림들인 듯했고. 같은 라인에 앉아 있던 이집트 현지인은 친절했다. 우리가 여행 책자로 현지어 열심히 외우고 있으면 발음 교정도 해주시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다. 이 비행에서 기내식은 한 번 제공되었다.
다시 슬슬 비행이 지겨워질 시점, 내 옆에 앉아 계시던 현지인이 카이로 다 왔다며 나에게 창문을 보라고 했다. 와.... 무슨 부산 시내 보는 줄.... 솔직히 이때까지도 나는 내가 카이로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
카이로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들어서기 전에 비자를 사야 했다. 이 나라는 비자 장사하는 나라여서 돈 주면 비자를 살 수 있다. 15달러. 구매한 이집트 비자는 스티커이므로 그냥 여권에 붙여주면 끝. 비자를 구매한 후 입국장으로 향한 순간, 내가 이집트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공항 직원 중에 여자는 전부 하얀 천을 두르고 있었다. 다른 비행기들도 나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극동 아시아인은 우리가 전부였다.
입국장으로 나온 우리는 숙소 아저씨를 찾았다. 이곳이 초행길이고 밤에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 아저씨께 부탁해서 픽업 서비스를 신청했다. 당시 우리는 3명에 2박 이상 묵으면 픽업 무료! 아저씨가 어디에 있는지 못 찾아서 결국 아저씨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숙소 아저씨네 승용차를 타고 카이로 밤거리를 지나는데 우리 셋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내가 지금 지나는 곳들 모두 마치 EBS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건물들이었다. 그 조명들은 조명까지 받고 있었다. 대박...!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본 아저씨는 우리에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낮에는 훨씬 더 예쁘다니까!" 라고 말씀하시며, 낮에 많이 돌아다니라고 하셨다.
카이로 호스텔에서 느낀 숙소 아저씨의 손맛; 냉방병에 대처하기.
당시 내가 예약한 곳은 호스텔이었다. 일종의 게스트하우스. 확실히 호텔보다는 저렴했지만, 대신 아무래도 호텔보다는 시설이 나을 리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우리 모두 이 정도면 가격 대비 괜찮다고 무척 만족스러워했으니까. 카이로의 더위에 적응하지 못한 우리는 밤새도록 에어컨을 틀고 잠을 청했다. 아뿔사. 그래서 친구 한 명은 다음날 아침 냉방병에 걸려서 무척 고생했다. 다음 날 아침 먹으러 가려고 움직이는데, (여기는 간단하게 아침 제공했다.) 친구 녀석이 머리 아프고 했다. 그냥 간단한 두통은 아닌 것 같다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조차 먹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 친구의 모습을 보고 약을 사야겠다 싶어, 숙소 아저씨에게 약국 위치를 물어보기로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숙소 아저씨는 자신이 해결해주시겠다면서 이건 이집트의 전통적인 방식이라며 친구의 머리를 쓸어주면서 지압 비슷한 것을 해주셨다. 그리고 세상에!!!! 30분이 조금 지나고 나니 그 친구의 두통은 말끔히 사라졌다. 아마 워낙 더운 나라여서 냉방병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셨던 것 같았다. 같이 밥을 먹던 유럽 친구가 그랬다. 이 호스텔은 마음에 들고 주인도 무척 친절하다고. 우리는 여행 첫날부터 그 이야기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비엔나 호스텔 Hostel, Vienna @카이로
아래 덧글 문의로 오래전 여행이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카이로 여행 당시 이용한 호스텔 정보를 찾았다. 문의가 있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
호스텔 비엔나의 경우 1박에 1만 원 후반 - 2만 원 초반대에 형성된 가격으로 조식 서비스까지 생각보다 알차게 이용할 수 있었다. 단, 건물 외양이 무척 오래되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으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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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카이로 :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 압도되고 쿠샤리로 이집트를 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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