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여행
이집트 카이로에 왔으니 스핑크스를 안 보고 갈쏘냐. 사실 스핑크스에 가 봤던 내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은 스핑크스 가 봤자.. 피라미드 봐 봤자.. 별로라는 평가를 했다. 그렇다고 안 보고 갈 수는 없으니, 일단 기자 피라미드 지역으로 이동했다. 지하철, 버스 다양한 교통수단이 있지만 여러 명이 택시비를 나누기로 했다, 압두도 같이 동행가기로.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로 고고!
피라미드 근처에 도착하니 작은 상점이나 가게도 많았지만, 작은 여행사들도 많았다. 눈에 띄는 아무 여행사에 들러서 스핑크스로 들어가는 낙타와 말을 타고 입장하는 다양한 루트와 그에 대한 비용이나 구체적인 사항을 들었다. 나는 낙타 타는 것에 큰 감흥이 없었던 터라 '저걸 꼭 타야 하나....'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타보고 싶지 않았....... ^^;; 낙타는 타는 내내 엉덩이가 정말로, 아팠기 때문이다. 꼭 이집트에서 낙타를 타 봐야 한다고 주장하던 한 친구의 말을 따라 눈에 띄는 작은 가게에 들어가서 대충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 동행해주고 시간은, 40분짜리, 1시간 10분 짜리 1시간 30분 짜리. 대충 요렇게 짜여져 있었고 꼭 시간에 맞춘다기보다는 예상 시간이랄까. 그래 좋다. 여기까지 왔으니 제일 긴 시간을 하자라고 했다가, 너무 더운 날씨에 지치지 않을까 싶어 중간 시간으로 신청했다. 가격은 기억이 안 난다. 매우 저렴치는 않았었던 것 같다. 이집트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라서 현지인 물가는 저렴하지만, 관광적인 측면에서는 예상한 것보다 그렇게 소름 끼치게 저렴하지 않았다.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 다른 유럽에 비하면 저렴하긴 하지만.)
기자 피라미드로 들어가는 입구
낙타 타고 기자까지 들어간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보다 입구에서 피라미드까지 거리가 정말 멀었다. 두 발로 걸었다면 다리 아파서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을 것 같다. 가이드 아저씨가 곁에서 (같이 낙타 타시고) 피라미드에 관한 역사적인 설명도 제대로 들을 수 있었고, 아저씨가 스핑크스 도착했을 때는 절대 다른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말라는 팁까지 얻을 수 있었다.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팁은 사실 크게 개의치 않고 그러려니 했는데, 그렇게 당부한 이유를 나중에 온몸으로 알 수 있었다. ㅡㅡ;;; 이집트에 대한 환상이 많은 사람만 꼭 스핑크스에 가길.. 그 환상이 유지되기에는... 수많은 삐끼들 때문에 쉽지 않으므로;;;;
나의 낙타
우리가 탔던 낙타들은 모두 닉네임이 있었는데, 마이클 잭슨이라든지, 혹은 펩시콜라라든지 등등등. 나름의 애칭이 있었다. 낙타몰이 해주던 소년은 낙타를 일렬로 지어서 천천히 몰아서 관광하기 좋게 낙타들을 이끌어주었다. 가끔 낙타 한 마리가 루트를 이탈하려 하면 이 꼬마 녀석이 얼른 낙타 위로 타서 낙타를 달래주면서 대열을 맞추도록 해주기도 했다. 가이드를 하면 가장 좋은 점은 피라미드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나 야사. 등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물론, 영어로 가이딩)할 수 있고 낙타를 타고 다니는 내내 사진 찍어주는 서비스가 가능했다. 그리고 다른 삐끼들이 우리에게 들러붙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가이드를 하면 단점은 일단 투어 시작하기 전에 흥정할 수 있어야 하고 (나는 이거 실패;;;;) 팁도 적당히 준비해야 한다. 가끔 이 꼬마 녀석이 계속 팁을 달라 하는데, 여행사 아저씨들이 주지 말라고 한다. 버릇 나빠진다고;;;;;
이집트 카이로의 스핑크스 그리고 수많은 삐끼
이것은 말로만 듣던, 사진으로만 보던, 영화에서만 보던 스핑크스! 아.. 너무 더워서일까 혹은 삐끼들에게 너무 치여서일까... 일단 스핑크스 근처에 도착하면 삐끼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가이드 아저씨 말대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면 무리 없이 입장 가능. 그러고 나면 스핑크스 안에 아이들이 많은데... 엄청 많은데 ....... 문제는 이 녀석들이 관광객의 카메라를 가로채서 자신들이 관광객들 (요청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 돈 내놓으라고...... 돈 없다고 그러면 10살짜리 꼬마들이 인상부터 팍팍 쓴다. 그리고 짜증까지. 결론적으로 돈을 줄 필요는 없지만 불쌍하다면 미국 달러가 아닌, 이집트 돈으로 주는 것이 좋다. 처음에 이집트 돈으로 주면 아이들이 아마 US돈으로 달라고 한다. 그 꼬마들과 나는 이런 대화를 했다.
돈 줘요. 내가 사진 찍어줬으니까.
(헐.....) 일단 카메라 내놔 그리고 돈 없어.
돈 있잖아요. 미국 돈으로 10달러만 줘요.
(헐..... 이집트 도착 비자가 15달러인데, 웬만한 이집트인 절반의 월급인데;;;;) 진짜 돈 없어. 그냥 이집션 5파운드(약 1천 원) 줄께
5파운드??????? 장난해요? 이집션 5파운드요? (이집션 5파운드 주자고 하자마자 바로 인상 씀.)
어. 이거라도 싫으면 말고
췟...(아랍어로 뭐라 뭐라 하면서 5파운드 지폐 가져감)
대략 이런 식의 대화를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야 한다....... 그러므로 스핑크스 앞에 가면 카메라 채 가지 못하도록 꼭 손목에 스트랩 매길. 혹시 꼬마가 도와주겠다고 카메라 달라고 하면 절대로 주지 말고 무조건 NO라고 외치길. 날씨도 더운데 유구한 역사물 앞에서 이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나는 짜증 나기 시작했다.. ㅡㅡ;;;; 내가 왜 이 멀리까지 와서 이런 꼬맹이들과 입씨름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더 웃긴 건,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실갱이를 벌이면 이집트 아저씨들이 주위 얘기를 듣고 그 어린 이집트 아이들에게 관광객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혼을 내는 듯 보인다. 그러면 아이들이 짜증을 내며 돌아간다. 그리고 그 이집트 아저씨는 아이들을 돌려보내서 정리했으니 자기한테 돈 내놓으라고 한다.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 없던 정마져도 다시 생겨서 떨어지려고 할 정도다.
조심하자 박시시, 조심하자 이집트 아라빅 국가들 중 특히 이집트는 박시시 문화가 굉장히 강하다. 그것도 관광객들에게 ㅡㅡ;;; 아, 생각할수록 짜증 나. 박시시란 일종의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주는 나눔의 형태다. 단, 이 형태는 물질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관광객 너희들은 돈이 많아서 이 나라까지 왔으니까 가난한 우리가 너희에게 약간의 노동을 제공해주면 돈을 줘도 되는 거잖아... 뭐 이런 논리다. 한국인을 가이드하는 이집트 현지인이 있다. (이 분은 한국말 잘한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분 못 만났다.) 그 분은 이런 삐기를 너무 싫어하셨다. 그분의 논리는 한마디로 이집트 이미지 다 망가뜨려놓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정말 싫다고 한다. 맞는 말. 한마디로 이집트 여행을 가는 자들이여.... 이러한 형태의 박시시(실제 팁)는 안줘도 된다. 안 줄려면 단호하게 주지 말고, 줄거면 이집션 돈으로 조금만 주자. 그거 안 준다고 잡아가는 사람 없다. 이집트는 관광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나라이므로 현지인이 박시시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위협을 가하면 법이 엄청나게 강하다. 즉... 함부로 관광객 손대지마!! 이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위해를 가할 순 없단 말이다. 아예 무시하던지 혹시나 그쪽에서 강경하게 나온다면 같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 좋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이런 일이 이집트가 아니어도 유럽에서도 일어나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관광객들 대부분이 뭔가 불합리하다 싶으면 똑같이 강경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비행기에서 미국인을 만났는데, 스페인에서 불합리한 일에 처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까 상인들이 포기하더란다. 박시시 정말 사람 질리게 한다. 말 안 통하면 한국말로 크게 짜증내자. 워낙 관광객들이 많아서 다른 관광객팀의 가이드가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므로......) |
저 멀리 보이는 것이 피라미드. 이미 박시시에 질렸던 터라 별로 감흥이 없어져 버렸다. 이미 짜증이 많이 나 있던 터. 더군다나 오리지날 유물은 고고학 박물관에 고이 모셔 놓았기에 굳이 안에 들어갈 필요성도 못 느꼈다. 피라미드 팁 안에 들어가려면 입장료가 따로다. 그런데 안에 중요한 전시물을 특별 전시실이 따로 있는 고고학 박물관에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대부분 갔다 왔던 사람들이 피라미드 내부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면 안에 입장을, 유물이 궁금하다면 패스하시고 박물관으로 고고씽을 추천! 그렇게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보았지만 나에게 큰 감흥도 어떠한 느낌도 없었던 이유는 수많은 상업성이 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http://v.daum.net/award/weekly?week=2013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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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카이로 국제공항, First Class 라운지
2011,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 압도되고 쿠샤리로 이집트를 알아가다
2011,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서. 샌듄/ 피라미드 마운틴/ 소금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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