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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기록/이집트

이집트, 시내에서 만난 어느 청년을 따라간 이집션 가정과 사카라의 작은 마을

by 러블리 앨리스, 호텔&여행 블로거 2013. 10. 13.

2011년 6월 여행

쿠샤리를 먹으려다가 만나게 된 압두.

그 녀석이 자신의 집에 나와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집트 시내에서 처음 만나고 같이 쿠샤리 가게에 가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인 상태에서 무엇을 믿고 이 녀석의 말을 들을것인가... 심각하게 친구들과 토론했다. 믿고 갈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주된 내용의 흐름은 저 녀석을 어떻게 믿고, 길도 모르는 이곳에서 저 녀석 믿고 집에 가겠냐는 것이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필시 모든 면에서 주의를 기울여야겠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경계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압두에 대한 불길한 느낌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게 내가 찬성한 이유의 전부엿다. 나의 찬성 이유가 많이 부실하긴 하지만 ^^;;;;; 그래도 일단 가보자는 쪽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내가 이끌었다. 초대하고 싶다던 압두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집션 가정집에 가보겠냐는 주장까지 펼치며.

 

압두는 이집트 카이로가 아닌 사카라 지역에 살았다. 카이로에서 차를 타고 좀 나가야 하는 곳. 사실 가깝지 않았다. 택시 타고 제법 이동했으니 거리로 치자면 꽤 멀었다. 그래서 또 한편으로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카라 마을에 도착하고 나니, 와~ 카이로와는 정말 반대의 분위기였다. 마을 분위기도 생김새도 이방인을 맞이하는 모습조차 카이로와는 매우 달랐다. 사람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봤고, 동네 아이들도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는 이방인에 대한 경계가 아닌, 친근한, 단순한 낯섦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압두를 만난 계기: 2011,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에 압도되고 쿠샤리로 이집트를 알아가다




압두 집에 도착해서 어머니하고 누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집 근처에 누나와 매형이 살기 때문에 조카들이 자주 집으로 온다고 했다. 압두 집은 으리으리 하지는 않았다. 이집트의 서민의 아주 평범한 가정. 사실 이집트의 평범한 가정은.. 잘 살지 못한다. 카이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회색 건물이 보이기보다는 낮은 건물이 보인다. 위생상태를 점검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엉망인 도로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빌딩을 보다가 갑자기 낮은 허허벌판인데 판자촌이 띄엄띄엄 보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단순 시골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경제 수준이 낮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분위기였다. 압두의 어머님은 우리를 처음 보시지만 무척이나 반겨주셨다. 우리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한국말로 인사해버렸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실 텐데 우리를 안아주시며 아랍어로 반갑다고 하셨다. 따뜻한 환대에 무척이나 감사했다. 지도 어디에 붙어있는지 알 수 없는 나라에서 왔다는 데, 밥 얻어먹겠다고 왔다는 데도 매우 반겨주시던 그 모습 ^^;;;


 편히 쉬라는 말을(압두가 영어로 통역) 하시며 TV가 있는 방으로 안내해주셨다. TV가 있는 방이 압두 방이었다. 거실에는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에 묵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에는 TV가 없었던 터라 이집트 TV에는 어떤 방송이 나올지 무척 궁금해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보았다. 아랍 국가여서 그런지 이집트 방송뿐만 아니라 아랍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그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곳이 이집트가 아닌 다른 나라)이 매우 많았다. TV 채널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이국적이었다.


 TV를 보며 저녁을 기다리고 있긴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압두에게 "넌 정말 어매이징하게 친절하다." 라고 이야기했더니 "아랍인들은 원래 친절해~ " 라고 답한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하는 게 내 꿈이야. 여행 온 사람들에게 베푸는 친절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내가 여행 다닐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도 다른 나라에 간다면 이방인일 테니까" 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그 말에 나는 수긍했다. 국내 여행도 마찬가지이지만, 해외여행을 시작하면서 누군가에게, 이방인에게 나의 친절을 베풀 수 있다는 것과 베푼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몸으로 느끼게 되었으니까.


80만 원으로 세계여행이라는 책이 있다. 저자가 유럽 여행 도중 갑자기 일시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배낭을 맨 채로 쫄딱 비에 젖은 그는 다 젖었어도 덜 맞아야겠다는 생각에 누군가의 가게 앞에 천막 친 곳으로 잠시 쉬고 있었다. 어떤 아주머님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 입구. 자신의 모습을 보시더니 아주머님께서 "총각 미안한데, 잠시 내가 일이 있어서 그런데, 이 가게 잠시만 맡아주면 안 될까?" 비가 오니, 안 그래도 피해야 했던 터라 저자는 "네" 라고 하고 잠시 가게를 맡아주었다. 어차피 폭우가 잠깐 왔던 시간이어서 손님이 오지도 않았으니, 운 좋게 편하게 비를 피할 수 있었던 셈. 그런데 저 멀리서 오시던 가게 아주머님이 손에 들어있던 종이 가방을 그 저자에게 주시더란다. 알고 보니 비에 젖은 모습을 보시 주인 아주머님이 갈아입으라고 옷을 사다 주셨던 것이다.

"우리 아들도 지금 다른 나라에 배낭여행을 하고 있어. 내 아들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에 젖은 모습을 보니 내 아들이 생각나서 그런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마" 라고 이야기하시는 부분이 나온다.

 여행을 다니기 전에 읽었던 이 책의 이 부분을 머리로 이해했는데, 혼자 여행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여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마음과 몸으로 이해되는 부분이 되었다.

 




 TV를 보고 있는데 압두가 시계를 확인하더니 "옥상 올라갈래?" 그랬다.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우리는 좁은 계단을 이용해서 압두 집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사는 주인공들은 생각지도 못한 닭들이었다. 우리를 보고 깜짝 놀라서 닭들이 후두두둑 도망을 가는데, 그 모습이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 일부러 닭들이 있는 근처로 가니까 닭들이 더 놀라서 도망갔다.


 압두가 저 멀리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피라미드 보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봤더니 저 멀리서 사카라 지역의 피라미드가 보였고 그 피라미드 사이로 해가 지고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어마어마하게 멋진 장관. 다음에 이집트 오면 카이로의 관광객 많은 피라미드 가지 말고, 관광객과 삐끼가 거의 없는 사카라 피라미드 보러 가라고 압두가 이야기해주었다. 이집트 카이로에만 피라미드가 있는 게 아니라고. 사카라(Saqqara)에도 멋진 피라미드가 있다고!






▲ 일몰과 함께하는 멋진 사카라 지역의 피라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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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일몰과 함께 사카라 지역의 피라미드를 구경하는데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단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압두의 식구들은 우리에게 맛있는 저녁 식사를 푸짐하게 준비해주셨지만 걱정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첫째, 양이 너무 많았고, 둘째, 이렇게 준비해주셨는데, 정말 혹시나 내 입에 맞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기우였다. 준비해주신 시가는 전부 다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밥도 간이 잘 되었고, 고등어도 담백하면서 고소하게 잘 구워져 정말 맛있고, 빵(위 사진에는 없지만, 옆에 추가로 나왔다.)도 샐러드도 간이 잘 배여서 신선했다. 지금 사진에는 빵이 없지만, 먼저 큰 상이 들어오고 나서 빵이 들어왔다. 이집트에서는 "에이쉬"이라고 부르는 빵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걸레 빵으로 알려져 있다. 빵으로 손에 있는 기름을 닦는 모습을 보고 한국 사람들이 걸 레빵이라고 ㅡ,.ㅡ;; 부른다고. 아무튼 이 모든 저녁 준비에 무척 감사했다. 한 눈에봐도 넉넉한 집안 형편이 아닌데, 동양에서 온 여자 3명이 불쑥 찾아왔는데, 웃으며 맞아주시고 이렇게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주시다니. 진짜 감사했다. 그런데 우리는 드릴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압두한테 미안해서 어쩌냐. 니가 정말 고맙다 야.... 그랬더니, الحمد لله . 나  지금 세계 일주 준비 중이거던. 나중에 한국가면 니가 밥사라...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 알았다. 꼭 살께. 꼭 한국 와야 한다 이눔아!!! ㅠ_ㅠ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압두 누나네 집에 갔다. 압두 집은 현지인이 사용하는 스탈이라서 너희들 힘들 거라고;;;;  그런데 누나 집에는 양변기가 있어서 외국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밖으로 나가니, 아까 사진에서 보이던 압두의 조카들이 우리의 보디가드를 자청했다. ^^ ;;; 압두의 조카는 아랍어로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방인이 잘 오지 않는 사카라의 작은 마을에 등장한 이방인의 보디가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던지, 주변의 친구들이 몰려오니까 당당히 보디가드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주변 풍경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들자, 꼬마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렌즈 앞에 섰다. 우리의 보디가드도 카메라 앞에 섰다.


여자아이들은 우리 손을 잡았다. 사실 보통 카이로라면 어린아이를 더 경계해야 한다. 어린아이들이 사람의 주머니를 뒤지니까. 그런데 이 마을 여자아이들은 수줍게 다가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손을 잡고 미소를 지어주는데 압두 조카들의 친구들인 것 같았다. 아랍어로 뭐라고 이야기했지만 알아들을 순 없었지. 여자아이들은 우리를 좋아해 주었고, 동네 주민들도 반가워 해주었다. 동네 주민 중 남자들은 그저 낯설게 우리를 쳐다봤지만, 아주머님들은 환한 미소를 향해 웃어주었다. 무척 고마웠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그렇게 좋아해 주었을까.






▲ 내 손을 잡고 웃으면서 신나게 노르부르던 여자아이 (다홍색 셔츠) ▲


사진 찍어도 되냐고 압두를 통해서 통역하기도 전에 자기 사진 찍어달라고 했던 녀석들. 압두에게 통역을 부탁하며, 내가 찍어도 네가 이 사진을 가질 수 없는데도 괜찮냐고 하니까, 찍은 사진 확인만 하면 된다고 해서 사진 찍어주고 나서 보여주었다. 녀석들은 엄청 즐거워했다. 이때 처음으로 "폴라로이드"사진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무척이나 어마어마하게 느꼈다.






양식 스타일을 자랑하는 압두의 친 누나네 집

 누나네 조카들. 이쁜이들~ 역시나 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 찍어주고 보여주었다.

압두를 만나 사카라 지역을 잠시나마 들르고, 압두 집에 들러보면서... 박물관과 스핑크스가 다였던 이집트에 대한 이미지가 사카라와 사막으로 많이 교체되었다.

 

사카라에서 순수한 아이들을 보고, 카이로에서 돈을 달라던 아이들을 만났고

사카라에서는 우리한테 환환 미소를 지어주며 손을 잡는 녀석들을 만났고,

카이로에서는 우리한테 웃으며 미국 돈 달라를 달라던 녀석들을 만났다.

사카라에서는 우리 카메라를 보더니 렌즈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던 녀석을 만났고,

카이로에서는 우리 카메라를 가로채서 멋진 스핑크스를 배경으로 우리 사진을 찍어주고서는 돈을 달라던 녀석을 만났다.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달랐던 카이로와 사카라의 모습. 내가 압두를 만나지 못했다면 사카라도 몰랐겠지. 그래서 고맙고 고마운 압두! 알함두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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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카이로 국제공항, First Class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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