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여행
뜨거운 태양볕이 내리쬐는 시간, 그 강도가 가장 강했던 시간에는 시에스타(낮잠)을 꼭 청해준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느껴보지 못했을 만큼 강한 햇빛이었으니까. 마드리드에 몇 일 지낸다고 해도, 햇빛에 노출될수록 어느샌가 피부도 매우 새카맣게 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잊는 것을 보면 적응력도 강하긴 한가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 말고도 주변 현지인들이 워낙 태닝이 잘 되서 그런지 비교가 덜 되서 잊고 지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물관은 시에스타를 기다려주지 않기에 나는 고민을 해야했다. 그리고 오후 3시쯤 박물관으로 출발하는 걸로 결정! 박물관과 프라도 미술관에 같이 들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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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고고학 박물관으로 이동하기
마드리드 고고학 박물관은 레티로 공원에서 가까웠기에 길을 헤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하루 전날 레티로 공원에 다녀왔기 때문. 문제는 강렬한 햇빛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햇볕이 조금 누그러드는 시간과 어느정도 여유를 가지고 둘러볼 시간을 고려해서 출발 시간을 결정!
마드리드에는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지도로 위치를 확인해주면 가는 길의 절반은 쉽게 갈 수 있을 정도로 마드리드 시내에는 많은 편이다. 그리고 여기에 스페인어를 준비해서 지도에 미리 체크해둔다면, 길을 잃을 확률은 더더욱 줄어든다. 사실, 그냥 영어로 이야기하거나 글을 적어두기보다는 역시나 현지어로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니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당연히도) 개인의 차이 있기 때문에 어떤 현지인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영어 사용 정도가 많이 달라지긴 했다. 내가 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만난 현지인들은 영어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곳은 박물관들이 많다보니 역시나 스페인어로 정확한 박물관 명칭으로 길을 묻는 것이 제일 정확했다.
마드리드 시내, 걷는 곳곳 마다 마주치는 멋진 건물들
마드리드 시내를 걸어가면서 가장 많이 구경하는 것은 역시 사람과 건물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한 나라의 수도의 중심지인 마드리는 생각보다 차가 많지 않았다는 것. 이집트 여행에서는 카이로에서 정말 엄청난 매연을 뿜어내는 자동차들을 정말 많이 봤었는데 이 곳은 그런 매연은 커녕 자동차가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 않았다.. (매연 뿐만 아니라,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도!)
길을 걸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건물들 모조리 인상깊었다. 고풍스럽다고할까? 저 멀리서 여행 온 동양인인 나에게는 이런 건물들의 외양이 이색적이다. 이런 이색적인 모습을 한 건물들은 특별한 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 호텔이기도 했고, 일반 아파트와 같은 생활공간이기도 했다. 내 눈에는 그런 일반 건물인데도 참 웅장하고 멋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같은 마드리드내에 있던 내 아파트 건물 외부는 매우 오래되고 이색적인 느낌은 아니었지만. ^^
건물이 크고 넓을 수록 건물 가장 윗쪽을 바라보면 항상 동상이 있거나 특이한 모양의 작은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것들도 참 신기해보였다.
지나가다가 만난 장난감 가게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장난감 한 두개정도 사고 싶을 정도로 모두 귀여워보였다. 저 장난감들.
아기자기한 장난감들이 많이(라기보다는 잔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 전시되어있어서 내 시선을 바로 끌었다. 장난감 가게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런 장난감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발목이 붙들릴 만큼 정말 모두 귀여웠다! 나는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마드리드 고고학 박물관도착, 그런데!
응???? ㅠ0ㅠ
나도 당시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내부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의 규모로 진행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쩐지 이날은 마드리드 고고학 박물관이 무료입장이기는 했었다. 박물관의 공사가 덜 끝난 부분의 전시실이 당시에 많았던 터라 특정 전시실만 공개하였고 그로 인하여 무료입장이었던 셈. 내가 언제 또 스페인 마드리드에 올까. 교과서나 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제 두눈으로 진짜 보고 싶었는데......
▲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 로비 ▲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 내부에는 짐을 맡기는 곳이 있다. 고고학 박물관 내부로 입장하려면 짐 검사를 하고나서 검사받은 짐을 맡길 수 있다. 짐을 맡기고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면 카메라 촬영은 전면 금지된다. 그래서 카메라를 맡기는 곳에서는 찍어도 되는지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그곳까지는 카메라 촬영이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여기서 마지막 인증샷을!
박물관 내부와 전시물을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눈과 마음으로 잔뜩 담았다. 기존의 박물관에 들어가면 전시품목이 많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데, 공사중이어서 그런지 이 곳은 오히려 (슬프게도) 그렇지 않았다. 공사중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정도 전시실이 개방되었으니 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보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공사중이어도 이렇게 개방해준 게 고맙기도 했다. 공사한다고 입장 불가였다면 정말 많이 아쉬웠을테니.
스페인 여행 전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했었다. 그 때 1순위의 방문지가 카이로 고고학 박물관이었는데 그 웅장함은 어마어마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의 이집트 전시관의 경우 카이로때와는 비교가 힘든 것은 사실이었다. 규모도 그렇고. 당시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이집트관은 미라 몇점과 기타등등에 대한 것들이 있었다. 구석기 시대부터 이베로족에 대한 다양한 고고학적 발자취를 볼 수 있었고 짧지만 영상도 볼 수 있었던 점은 인상깊었다. 국내 고고학 박물관에서는 볼 수 없는 이슬람민족에 대한 고고학 발자취도 있어서 그것도 유심히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구석기 시대의 원주민부터 아프리카 계통의 고고학적 발자취와 스페인 각지에서 발견된 다양한 석상, 유품들을, 이슬람문화의 유산도 기독교의 전성기적 유산까지 간직하고 있는 고고학 박물관. 우리가 흔히 세계사를 공부할 때 보게되는 동굴벽화인, 알타미라 벽화도 그대로 복원시켜놓은 약 20만점의 엄청난 고고학적 유산들이 시대별로 잘 전시되어 있던 곳.
1. 운영시간: 09:30 - 20:00 (월요일 휴무, 주말에는 운영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2. 입장료: 기본입장료 3유로
3. 무료입장 가능날짜: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일요일 아침, 4월 18일 기념일, 5월 18일 국제 박물관의 날, 10월 12일, 스페인 국경일, 12월 6일 스페인 헌법의 날
프라도 미술관으로 이동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 전체 개방이 아니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다만 박물관에 도착하기 전에 걷느라 생각보다 많이 지쳐있던 상태. 그렇지만 남은 시간은 프라도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프라도 미술관의 폐장시간은 저녁 8시. 하지만 저녁 6시부터 입장할 경우 무료입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박물관과 그리 멀지도 않았으니 천천히 걸어 가기로 했다.
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부엔 레티로 거리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 도착했다. 미술관 뒷문에 도착했던 터라 미술관정문으로 돌아갔는데 그 길에 만난 잔디와 저녁시간에 가까워지는 다소 강렬함이 덜했던,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강렬한 햇빛이 만나니, 잔디가 정말 형광빛처럼 느껴졌다.
입장권을 배부받고나서 미술관 입구를 찾아 입장했다. (※ 참고: 무료입장시간이더라도 미리 입장권판매소에 가서 입장권을 받아와야 한다.) 프라도 미술관은 1층부터 진짜 넓었다. 정말 놀라웠을 정도. 그리고 무료 입장시간이었기 때문에 내부에 입장한 관람객들이 정말 많았다. 흔히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미술관 관람이라고 하면 여유롭게 미술 작품 하나하나 감상하는 모습이 일반적이지만 무료입장시간의 이 곳은 정말 사람 많아서 긴 줄을 서야면 겨우 한 작품씩 이동하면서 볼 수 있었다. 무료입장만 생각했지, 이런 광경은 예상치 못했다. ^^;
p.s. 역시 프라도 미술관 내부 촬영 금지
사실 나는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라는 표현보다는 "전혀 모른다"라는 표현이 나에게는 더 정확하다. 그래서 프라도 미술관에 들르기 전에 프라도 미술관이 어떤 미술관인지, 스페인 화풍은 어떤지 꼼꼼하게 공부는 못해도 대체적으로 조사하고 갔었다. 프라도 미술관을 대표하는 화가라면 "고야"다. 아시아에서도 고야는 많이 알려진 스페인 화가 중 한명이라 그런지 프라도 미술관 내의 관람객들 중에서는 동양인들도 꽤 많이 띄었다. 정말 마드리드 시내를 돌아다닐 때에는 동양인 거의 못 봤는데, 여기서는 정말 많이 봤을 정도. 게다가 한국인도 무척 많았다.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의 왕가 소장품을 많이 전시해놓은 것으로 유명. 원래는 왕실 미술관이었지만 혁명이후에 국유화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왕실 프라도 미술관이 아닌, "프라도 국립 미술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 수집품은 스페인은 기본 유럽 여러나라의 회화들이 잔뜩 전시되어있는데 이 미술관은 스페인 내에서도 "양과 질" 두가지 토끼를 잘 잡은 미술관으로 알려져있다.
1. 운영시간: 10:00 - 20:00 (주말에는 운영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2. 입장료: 기본입장료 15유로
3. 무료입장 가능시간: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6시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5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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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 바로 옆에는 산 헤로니모 왕립 성당이 있다.
프라도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보이던 산 헤로니모 왕립성당으로 걸어가보았다. 처음에 나는 제로니모라고 읽었는데 스페인어로 J는 H로 읽으면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푸르른 잔디가 주변에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 공간도 생각보다 넓었다. 그래서 엄청 화창한 날씨에 푸르른 잔디, 파란 하늘, 아름다워보이던 성당까지. 내가 사진을 잘 찍었다면 정말 멋진 화보가 나오지 않았을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프라도 미술관 바로 옆에 있다보니 종교적인 이유든 그렇지 않든 가볍에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왜, 유럽의 많은 성당이나 교회에 가보면 규모의 차이에 다르겠지만, 화려한 스테인글라스를 볼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까. 그 기대도 조금은 가지고 성당으로 향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계단을 통해서 올라갔다. 마침 방금 예배를 맞췄는지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나오는 분들 중 아무에게 물어보니, 지금 들어가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이미 예배가 마친 상태였고 많은 사람들이 퇴장하고 있었지만 내부에 아직 많은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사실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인지, 남아있는지는 잘 모르기에 나의 행동들이 방해가 될까 싶어 이렇게 내부 사진 한 장만 카메라에 담아두고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늘 그렇듯이 유럽여행에서에 방문하게 되는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늘 짧은 기도를 드렸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짧은 기도를 조용히 드리고 나서 교회 내부를 둘러보았다.
입장했던 산 헤로니모 왕립성당의 내부는 정말 아름다웠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글라스도 정말 아름다웠고, 그 색감도 참 예뻤다. 아직도 눈에 선할만큼 온화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교회 내부 곳곳에 걸려있었다.
오랜 세월에 걸처 수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산 헤로니모 왕립성당은 현재 프라도 미술 바로 옆에 위치해있다. 기존의 헤로니모 수도원의 일부였다. 위치상, 스페인 왕실 궁전과 가까이 있기에 오랜 세월동안 왕족들이 방문해 온 성당이기도 하다.
마무리
프라도 미술관에서 마지막시간까지 관람했었기에 저녁 8시에 퇴장했었다. 그리고나서 산 헤로니모 왕립 성당에 잠시 들르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박물관과 성당에 갔다오고나니 집에 도착한 시각은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엄청 배고픈 상태여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스파게티 (케챱 밖에 없어서 케챱으로 만들었지만 맛이 좋았어요!)랑 치즈 샐러드 후다닥 만들어 허기를 채웠다. 식사를 하면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챙겨왔던 책자와 브로셔등을 읽어보면서 그날 구경했던 것들 복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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