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여행
2011년 당시 스페인 마드리드 여행에서 가장 많이 생필품및 식품을 쇼핑했던 곳은 그 유명한 산미구엘 메르카도(스페인어로 시장)이 아닌, 코비란 슈퍼였다. 메르카도 시장은 흥정을 해야했고 그리고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에는 낯선 이방인인 나에게는 카테고리 분류가 불편했었다. 게다가 북적여서 정신도 없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아파트 바로 앞에 있던 코비란 슈퍼가 훨씬 편리했다. 세일 하는 품목도 정리되어있고 왠만큼 필요한 것은 싹~ 다 구비되어있어서 이방인인 나에게는 코비란 슈퍼가 원하는 물건 구매에 있어서 상당히 편리했기 때문이다.
당시 지내던 아파트를 기준으로 산미구엘 시장보다도 코비란 슈퍼가 훨씬 가까웠다. 물론 약 100미터 정도 밖에 차이는 안나지만 날 더운 마드리드에서 걸음걸이를 다소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게다가 코비란 슈퍼가 정말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고, 하다못해 불고기 양념까지 (물론 일본식이라고 적혀져있던, 데리야끼라고) 갖추고 있어서 한국식에 가까운 요리를 해먹기에도 충분했다. 당시 생닭이 (최소한의 손질만 된)이 당시 원화로 생각해보면 4천원인가? 했었다. 그 생닭 한마리 사서 일본식 불고기 양념에 재워놓으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닭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었고 그걸 가지고 충분히 2끼 식사는 가볍게 해결 될 정도였으니, 여유자금이 부족한 여행객들에게 정말 코비란 슈퍼는 최고였다.
코비란 슈퍼에 장을 보러 갔는데 입구에서 강아지 한마리가 사진에 나온 모습 그대로 가만히 앉아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짜 귀여워서 깜놀!!!!! ㅎㅎㅎㅎ 주인이 슈퍼에서 장 보는 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이 강아지.. 처음에 인형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얌전했었다. 와.. 진짜 귀여워서 한참동안 쳐댜봤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저기서 주인인 듯한 사람이 계산하고 나오기 시작하니 녀석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강아지를 귀여워하니 아주머님이 나를 보고 웃어주셨다.
▲ 마드리드 코비란 슈퍼 / Googlemaps ▲
코비란 슈퍼의 한 코너는 정육코너인데, 그곳에도 넓적다리 하몽을 볼 수 있었다. 저렇게 매달려있는데, 저걸 하나 다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넉넉하게 장을 보았다. 슈퍼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입했는데, 당시에는 보통 4일에 한번씩 슈퍼 갔었다. 왜냐하면 코비란 슈퍼에서 장본 것들을 적재적소에 맞게 스튜디오에 정리하는데, 당시 묶었던 스튜디오가 작았기 때문에 냉장고가 무척 작았다. 그래서 늘 한꺼번에 많이 사두는 게 힘들었다. 나와 룸메이트들이 워낙 잘 먹은데다가 냉장고가 작다보니 짧게는 3일에서 길어야 4일을 기준으로 장을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했다. 사실 당시 거의 외식을 하지 않았던터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과일음료수, 사과랑 배, 샐러드 해먹을 치즈와 야채, 기본 드레싱, 생닭 2마리, 요거트, 푸딩, 식빵, 소금, 불고기 양념, 케챱, 베이컨, 빠에야, 커피, 우유, 설탕, 스파게티 면, 양파, 대파, 버섯, 파타타스 과자, 식용유, 설겆이때 필요한 제품 전부, 샴푸와 린스 일체형, 마요네즈, 참치캔, 계란, 맛살, 살구쨈, 딸기쨈, ... 등등등!
장 본것들은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사진이 흔들렸지만, 두봉지를 정말 무겁고 알차게 챙겨서 왔다. 그리고 차곡차곡 냉장고에도 채워두고 다른 선반에도 채워두었다. 밥은 한국에서 미리 챙겨온 햇반으로 소비했었다. 사실 햇반을 챙겨온다는 것이 제법 무게가 많이 나가서 고생은 했지만, 타지에서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한국에서 바로 마드리드로 온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를 거쳐서 오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햇반이 제법 무겁긴 했다.)
사실 첫날 마드리드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에는 정말 구매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설탕과 소금은 조금만 필요한데 소량만 팔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일 소량을 구매해도 내가 생각할 때 최소 6객월은 사용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것도 가장 저렴한 것을 골랐는데도 지내는 동안은 다 먹지 못한다는 게 살짝 아쉽긴 했다.
냉장고가 작아서 우유는 세워서 넣을 수가 없었고 물과 우유는 항상 페트병을 눕혀야 했고, 그나마 육수 팩정도는 가볍게 들어간다. 그리고 과일, 야채를 넣으면 완전 꽉 차버리고! 참치캔은 다른 곳에다 넣고 양파 넣을 공간은 안보여서 역시나 참치캔과 같은 곳에 두면서 나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를 썼다. 크기가 너무 큰 대파는 잘라서 정리해서 넣어야 했고!
아, 그 작은 냉장고에도 매우 작은 냉동실이 있다. 그래서 뭔가 넣기는 힘들정도로 작은 냉동실이지만 (아이스크림을 넣을 수는 없었다) 얼음을 만들 수가 있어서 ^0^ 얼음을 항상 만들어 두었다. 날이 너무 더워서 항상 에어컨에만 의지하기에는 냉방병 날 것 같아서 ㅠ0ㅠ 저녁에는 잠시 에어컨을 낮추고 얼음으로 더위를 물리치기도! 얼음 만들기 필수.
참치와 계란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레티로 공원에 놀러도 가고, 아침에 거창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귀찮으니 대충 토스트와 샐러드 챙겨서 먹고, 점심은 바빠서 대충 밖에서 때우고, 저녁은 늘 든든하게 챙겨먹으며 그렇게 마드리드에서 지냈다. 요리는 주로 내가 담당했기에 맛은 보장할 만하다!
사실 내가 매우 요리를 잘해서가 아니라, 당시에 워크샵이며 기타 다른 스케쥴 중에서 내 스케쥴이 가장 빨리 끝났던 터라 같이 지냈던 룸메이트들보다 일찍 귀가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내가 하게 되었고, 저녁은 같이 준비했다.
슈퍼에 가면, 냉동식품 빠에야를 팔고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빠에야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몽과 빠에야 중에서 실제 내가 가장 자주 해먹었던 것은 빠에야다. 사실 마드리드는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신선한 해선물을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음식이 이 빠에야라고 한다.
빠에야는 스페인 동부의 발렌시아 쪽에서 시작되었고 지금은 스페인 전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음식이다. 우리나라 이태원에도 스페인 식당을 지나가다가 봤는데 빠에야와 하몽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스페인을 대표하는 "대중음식"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일반적인 식당에서는 보통, 빠에야는 평균 1인분에 14유로정도에 빠에야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14유로도 아쉬운 배낭족들에게 좀 더 저렴하게 빠에야를 만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바로 냉동 빠에야 식품을 조리하는 것!! 물론 일반 식당에서 먹는 것과 완전한 품질이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성비 높게 빠에야를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가장 확실하다.
위 사진에 보면 파란색 냉동 빠에야 포장을 볼 수 있다. 코비란 슈퍼에는 다양한 빠에야 냉동 식품을 팔고 있었다. 대부분 사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쌀이 들어있지 않는 빠에야 냉동식품은 쌀이 들어있는 냉동식품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나는 미리 한국에서 챙겨 간 햇반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내가 구입한 것은 쌀이 들어있지 않은 빠에야 냉동식품이다.
저렴한 빠에야 만드는 과정 by 냉동 빠에야
후라이팬을 살짝 데우고 난 다음에 냉동식품을 넣어서 해동해준다. 여기에 미리 사준 육수를 넣으면 더 좋다. 나는 미리 슈퍼에서 장을 볼 때, 닭육수, 새우육수 같은 육수만 미리 만들어놓은 우유팩 같은 모양을 팔길래 사두었다. 육고기 요리에는 닭으로, 해산물 요리에는 새우육수를 쓰니까 맛이 좋고 자작하게 먹고 싶을 때 제격이었다. 나는 깔끔한 맛의 새우육수를 프라이팬에 살짝 붓고 냉동 빠에야를 해동하며 익혀갔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하얀색 사각형이 있는데, 저 하얀색 사각형이 뭘까, 여기에도 두부라는 게 있는걸까? 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먹어보니 오징어였다. ^^; 크기가 엄청 큰 오징어!!!!
프라이팬에 육수 넣고 약간 자작하게 끓여주었던 빠에야에 미리 데워두었던 햇반을 넣고 서서히 자작하게 익혀준다. 물론 여기에 추가로 야채를 더 넣고, 혹시나 미리 슈퍼에서 사왔던 조개의 여분이 있다면 같이 넣어주면 더 좋다.! 빠에야 자체에 샤프란이 들어있기 때문에 햇반을 그대로 넣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자연스레 노랗게 변했다. 빠에야는 우리나라의 볶음밥과 비슷하지만 정확하게는 리조토처럼 죽과 같은 형태로 만들고, 최종 만들어진 음식은 볶음밥과 같다라는 것이 내 생각. 약간 리조또 형태로 육수가 자작하게 남아있는 형태가 제일 먹기 좋았다. 이렇게 만들면 12유로정도를 투자해서 3인분의 빠에야를 만들 수 있었다. ^^ 훨씬 저렴해진다는 것이 특징!!!
짜잔~! 바로 완성!! 맛은 정말 예술! 진짜 맛있었다.. 한국 돌아와서도 내가 만든빠에야가 생각이 날 정도.
계란과 베이컨 구워주고, 장보면서 사왔던 생닭을 가지고 불고기 양념에 절이면서 (생닭은 발골해서 살만 재워줌) 남은 뼈는 미리 국물을 만들어서 국도 같이 만들었다. 한국인에게 따뜻한 국도 좋으니까. ^^ 그리고 크림과 같이 발라 먹을 토스트 ㅎㅎ 도 구웠지만 ^^;; 많이 탓다... 그래도 맛있었다!
벼룩시장 갔다온 날 먹었던 빠에야는 샤프란이 아닌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빠에야다. 오징어 먹물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오징어 덩어리 정도는 있는데 사진을 자세히 보면 링 모양의 덩어리가 있다. 그것이 오징어. 스페인에 있으면서 빠에야는 언제 먹어도 밥심으로 사는 한국이게 최고였다.
맛있는 저녁은 좋은 음악과 함께하면 그 맛이 배가 된다.
당시 아파트 아래에는 작은 식당이 있었고 그래서 항상 저녁이면 거리의 악사들이 음악으로 흥을 돋우워주었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그 음악을 들으면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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