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마침 저렴한 항공권을 발견했다. 토요일 출발, 월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가격이 왕복 6만 원도 정도였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를 놓쳐서 추가 결제하느라 최조적으로 약 1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그래도 저렴했다.) 제주도에 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 당장 항공권을 결제했다. 그리고 고민했다. 제주도 어디로 가지? 운전면허가 없는 나는 제주도에서 렌트카를 이용할 수 없었다. 평소에는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딱, 제주도 여행에서는 유독 아쉽기는 하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우도. 땅콩이 많이 난다는 그곳. 거기에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짧은 주말 제주도 여행은 우도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즉, 당일치기 우도 여행인 셈. 제주에서 가장 큰 섬이라는 우도는 제주 관광지의 대표적인 부속 섬이다. 이곳은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이용해서 섬을 둘러볼 수 있지만, 우도에서 저렴한 가격에 투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소식에 나는 꼭 투어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왜냐면 12월의 제주도는 너무 추웠으니, 자전거나 오토바이로는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도움되는 제주 여행정보 읽기 ◀
승선신고서 작성 + 신분증 + 해양도립공원료 + 승선료 => 우도로 갈 수 있다.
제주도의 부속 섬인 우도에 가려면 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성산포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로 가려면 배표 뿐만 아니라 해양도립공원료를 지불해야 한다. (제주도민은 해양도립공원료가 무료, 신분증 제시) 우도 도항선 매표에서 표를 살 때, 승선신고서를 작성한 후 신분증을 지참해야 매표소에서 배표를 발권할 수 있다. 우도와 성산을 오가는 배 운항시간은 시간마다 있다. 하지만, 당일치기 우도 여행자라면 꼭 알아야 하는 것이 마지막 운항시간이다.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돌아올 때, 계절마다 마지막 운항시간이 달라지니, 꼭 확인해야 한다.
[참고1] 2018년 요금
(성인기준) = 3,500(선박요금) + 1,000원(도립공원입장료) + 500원 (터미널 이용료) = 5,000원 (편도)/ 8,500원(왕복)
[참고2] 반드시 승선 신고서는 2부 작성해야 한다. 갈 때, 돌아올 때 둘 다 필요하다.
배로 성산포항에서 우도로 출발했다. 약 30분 정도 이동하니 금세 우도에 도착했다. 차가운 날씨인 겨울이지만, 날씨는 맑았다. 다행이다. 나는 여행의 8할은 날씨가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여행의 재미가 급격히 줄어들기에, 날씨가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다행히 날씨가 맑았다. 앗싸~!
우도 관광 버스 투어
우도를 편리하게 앉아서 이동할 수 있는 우도 관광버스 투어가 있다. 직접 이용해본 결과, 나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그 다음 해 가족 여행에서도 우리가족은 우도 관광버스로 편하게 우도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우도항에서 내려 주차장같은 곳을 찾아보면 근처에 작은 매표소가 있다. 그곳에서 우도 관광버스 표를 살 수 있다. 코스마다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이 버스는, 버스표만 사면 편리하게 특정 지역에서 버스에 탑승할 수 있다. 시간 제한이 없어 여유롭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편리했다. ^^
1. 승차권: 우도 관광버스 표는 1일 자유 승차권이다. (1회 승차권이 아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탑승할 수 있다.
2. 가격: 성인(중학생부터) 5천 원, 24개월 ~ 초등학생은 3천 원 (카드결제 가능)
3. 출발시각: 장소마다 출발하는 시간이 다르므로 시간을 참고해서 우도 여행 시 우도 관광버스를 이용한다.
- 우도봉 : 매시 20분, 50분 (마지막 출발 시각 17:00)
- 검멀레 : 매시 00분, 30분 (마지막 출발 시각 17:20)
- 하고수동 : 매시 05분, 35분 (마지막 출발 시각 17:25)
- 홍조 단괴(서빈 백사): 매시 15분, 45분 (마지막 출발 시각 17:45)
* 출발 시각을 자세히 보면 30분 간격이다. 그래서 각 장소를 30분 또는 1시간처럼 30분 단위로 여행하면 우도 관광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다.
4. 참고사항: 위 사진을 보면 단체관광이라고 적혀있다. 우도 관광버스는 단체관광/개인 관광이라는 팻말이 버스 앞 유리에 붙어있다. 개인관광이라는 버스에 탑승해야 하며, 개인 관광은 기사님이 지역마다 관광해설사처럼 설명을 해주신다.
1. 지두청사(우도봉)
우도관광버스에 탑승하고 도착한 첫번재 장소는 지두청사다. 우도 팔경 중 하나라는 이곳은 약간 높은 봉이었다. 아주 급한 경사는 아니니 걷는 데 많이 힘들지 않았다. 다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경사가 아닌, 찬 바람이었다. 누가 섬 아니랄까봐. 차가운 바닷바람이 내 주위에 몰아쳤다. 날씨는 좋은데, 바람은 너무 추웠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보는 눈부신 바다와, 갈색으로 감아도는 주변 분위기는 인상적이었다.
우도가 작은 섬마을이라는 것을 나는 우도 관광버스에 탑승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검멀레해변에 도착해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버스 기사님이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다들 궁금해서 버스 앞 유리창을 보니, 왠 댕댕이 한 마리가 떡하니 버스가 이동하는 길 중앙에 앉아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 버스 기사님이 빵빵~하며 경적을 울려도 관심이 없는 이 녀석. 물론 버스 기사님은 허허하며 어이없어 웃으셨을 뿐, 그 개에게 어떠한 위협을 가하지는 않으셨다.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 모두 재미있는 이 상황에 카메라를 꺼내 들기도 했다. 영~ 녀석이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주변 상인분이 녀석을 불렀다. 귀찮아하는 개의 표정을 보니 더 웃겼다. 상인분이 녀석을 멀리 보내고 나서야 우리 버스는 이동할 수 있었다.
2. 검멀레해변(동안경굴)
버스에 내려 검멀레해변 근처로 나왔다. 땅콩 아이스크림이 맛있다지만, 추운 이 날씨에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다시 먹으러 오겠다고 혼자 다짐했다.(그 다음 해 가을, 가족과 이곳에서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멋진 풍경이었다. 우도 팔경을 보트로 간편하게 볼 수 있다는데, 생각보다 보트에 탑스하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마침 보트가 관광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둥근 원을 그리며 도착했다. 나는 우도 팔경이 궁금했고, 보트 관광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앞선 팀이 마무리되고 나서 다시 보트 관광을 하겠다고 대기하는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에 사람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보트 주인장과 나는 다른 손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방금 보트에서 주인장 아저씨가 내렸으니 휴식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고, 나 혼자 타기에는 뭔가 미안했다. 아저씨와 바닷가에서 모닥불을 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부산에 사니, 부산을 여행한 적 있다는 아저씨 이야기와 제주도에 혼자 여행 온 것은 처음이라는 나의 이야기를 하며 다른 손님을 기다렸다. 한참을 이야기했을까. 저 멀리서 아까지 2명이 이곳으로 다가온다. 손님인가보다!
p.s. 위 두 사진 중 아래 사진은 가족과 함께 우도 여행했을 때 찍은 사진을 포함했다. 혼자 우도 여행할 당시, 너무 추워서 제대로 찍힌 사진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우도에서 보트 관광
나를 포함한 총 3명이 보트 관광을 했다. 1인당 1만 원. 어땠냐고? 나는 강추한다. 우도에 갔으면 보트 관광을 꼭 하시길. 아저씨가 설명도 잘 해주셨고, 바다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모습과 장소가 있었다. 게다가 동안경굴도 직접 편하게 보는 방법도 보트 관광이다. 단, 이날 너무 추웠는데, 빠른 속도로 보트가 이동하니 그 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ㅠ0ㅠ 나는 다행히 장갑이라도 착용했으나, 나와 같이 보트에 탑승한 2명의 아가씨들은 장갑도 없이 덜덜 떨며 보트 관광을 해야 했다. 보트관광이 끝나고, 너무 춥지 않았냐고 하니까 그들은 진~짜 말도 안 되게 손이 시렸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3. 하고수동 해수욕장
다시 우도 관광버스에 탑승해서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도중 우도 곳곳을 버스 기사님이 소개해주셨다. 버스 기사님마다 캐릭터가 다르니, 소개하는 방법도 다양했다. 관광안내사처럼 해설해주신 분도 계시고, 우도의 특징을 에피소드와 연결해서 소개해주시는 분도 개시고 개그감이 충분한 설명을 곁들이는 기사님도 계셨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날씨가 기묘했다. 해수욕장 위의 하늘은 반은 맑은 날씨지만, 나머지 반은 어두운 구름이 있었다. 이거 뭐지?! ㅡ,.ㅡ?
날씨도 춥고 목도 마르고 해서 눈에 띄는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나는 우도 땅콩 카페라떼 +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세트를 주문했다. 덕분에 날씨는 추웠지만, 카페 내부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었다. 그래서 작은 사이즈의 땅콩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역시 우도 땅콩의 고소함을 확인했다.
▶2014.12. 제주도 여행 : 우도,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바람과 마주하다! / 우도앤살레 까페 http://www.lovely-days.co.kr/1691
4. 서빈백사
몸을 녹이고 카페에서 잠시 쉬고 나니, 저 멀리서 우도 관광버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시던 우도 땅콩 카페라떼를 테이크아웃으로 챙겨 버스에 탑승했다. 하고수동 해수욕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하차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처럼 하고수동에서 탑승하려는 사람은 척석할 자리가 거의 없었다. 운 좋게도 딱 한 자리가 비어있어 다행히 나는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갈 해안인 서빈백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사장이 하얀색이다. 제주도는 검은색 해변가가 일반적인 데 반해 하얀색 해변가는 특이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많이 알려졌다고. 서빈백사를 보니, 마치 다른 나라의 멋진 해변처럼 보였다. 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이 있었구나.
주인과 산책에 신난 잔망스러운 댕댕이를 여기서 만났다. 너무 신나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것이 어려 보였다. 강아지도 보통은 어릴수록 별나고, 나이가 들수록 얌전하다. (보통은...) 녀석은 딱 봐도 하는 행동이 어려보였다. 이름은 짱구. 너무 신나서 사진 찍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내가 다가가서 카메라를 꺼내 드니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서 카메라 냄새를 맡았다. 내가 가진 짱구 사진은 이렇게 반 토막만 찍혔거나, 녀석의 코가 내 카메라 렌즈에 닿은 사진이 전부다.
"가능하면 자주 백사장으로 산책을 나오려고 해요. 그냥 종일 집에만 있으면 녀석이 답답할 테니까. 백사장만 나오면 이렇게 좋아해요. 사람들한테 짖거나 경계하지 않아요. 그저 백사장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요 ^^"
녀석 주인과 나는 강아지를 소재로 대화하며 짱구를 바라봤다. 짱구는 좋은 사람과 가족의 연을 만든 것 같았다.
▶ 짱구의 다른 사진 보기(몸통만 나온 사진) http://lovely-days.co.kr/1672
우도 뿔소라 짜장면.
배고팠다. 주위를 둘러보니 편의점도 있고 식당도 있었다. 제주도는 육지보다 물가가 비싸다. 섬이니 당연하다.(택배 주문할 때 제주도는 배송료가 더 비싸다는 것을 누구나 알 듯) 여기서 또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곳이 우도다. 나는 그것을 고려하고 뭘 먹을지 고민했다. 혼자 왔으니 거하게 해물탕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산호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뿔소라가 올라갔다는 우도 자장면을 주문했다. 나는 짬뽕보다 자장면을 좋아한다. 달짝지근한 그 맛이 좋다. 여기에 뿔소라라니. 한 그릇에 8천 원이었지만, 나는 섬에서 먹는 음식이니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딱 점심시간이어서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내 자리 하나 있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뿔소라 자장면을 싹싹 다 긁어먹었다 ^^
나는 산호반점에서 우도 뿔소라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주변을 걷기로 했다. 아침 일찍 성산항에서 우도로 이동했기에 약간은 잠이 오기도 했다. 역시, 배부르고 식당에서 등 따시니 잠이 오는구나. 그래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서 주변을 걸었다.
화산섬답게 까만 흙에 초록색 풀이 인상적이었다. 이 모든 초록 풀이 땅콩이라고 한다. 우도 하면 땅콩. 사실 나는 땅콩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도 땅콩을 먹고 나서 고소한 땅콩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 뒤로 우도 땅콩은 매우 좋아한다. 그런 우도에 왔으니, 땅콩밭을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모두 검은 흙에 초록색 풀. 여기에 날씨가 좋았으니 파란 하늘과 바다까지. 마치 누군가가 예쁘게 채색한 것 같았다.
그냥 주변을 걸어보기로 했을 뿐, 딱히 목적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걷다 보니 아까 버스 기사님이 소개해주신 중앙 이용원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님은 우도에 있는 단 하나의 이용원. 그래서 우도에 사는 남자들의 헤어 스타일은 모두 똑같다는 우스갯소리로 중앙 이용원을 소개하셨다. 이제는 예전만큼 이곳에 들르는 사람은 없다. 우도에 사는 현지인의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한 자리에서 몇십 년 동안 이곳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또 걷 다보니 우도 박물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는 오래전에는 학교였을 이 공간이 지금은 우도 박물관으로 변한 듯했다. 하지만 이곳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당시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늦은 오후가 되서야 나는 우도에서 나가기로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우도항으로 이동했다. 저 멀리 내가 타고 갈 배가 눈에 들어왔다. 아침부터 이동하느라, 차가운 바람 속에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지, 우도에서 성산항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짧은 이동시간 배에서 정신없이 잤다.
잠시 몇 시간(반나절 정도?) 있었던 우도는 아름답고 좋았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관광객 숫자도 많지 않았다. 지금은 뉴스 곳곳에서 우도가 많은 관광객들의 매너없는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갔던 2014년 12월은 사람이 없어서 좋았고, 아무도 없는 길 위를 걸으며 우도 마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날 저녁,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의 룸메이트가 되었던 중국인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에게 우도에 들렀던 이야기를 하니, 그들은 어떻게 하면 우도에 갈 수 있는지 나에게 상세하게 물어봤다. 내가 찍은 카메라 사진을 매우 집중력있게 보며 다음날 시간되면 꼭 우도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우도는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누구에게나 좋은 여행 장소다. 그런 우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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