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적산가옥. 부산에는 적산가옥이 많다. 미군정시절 확인한 것만 1만4천호가 넘었다고 하니 일본과 부산의 가까운 거리만큼 가장 많은 일본인이 살았고 특히 부산역부터 남포동, 대신동까지 이르는 지역은 일본인의 독무대라고 할 만큼 실제 그 규모는 더 컸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부산은 항구가 있고 일본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일본과의 연계된 역사적 사실에 가장 선두주자인 경우가 많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빠른 공업화/산업화를 겪고 6.25전쟁에서 수 많은 피난민을 수용해야 했기에 그 수 많은 적산가옥은 당시의 수치를 믿기 어려울 만큼 현재 많이 변형/개조되어 외관의 형태만 겨우 남아있거나 혹은 지붕만 겨우 모양새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차후 적산가옥을 우리의 재산을 되찾았다는 의미와 동시에 일제강점기 시절을 입증하는 중요한 사료이자, 한국의 근현대사의 역사의 당시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는 사료가 되고 있어 다양한 형태로 관리하고 있거나 새롭게 적당히 개조되어 사람들이 사용하여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카페가 부산의 초량 1941이 있다.
날씨 좋았던 어느 가을날 오전 11시 30분쯤 초량 1941로 향했다. 독특한 분위기의 부산 코모도 호텔에서 즐거운 호텔투숙을 보내고 나서 어디로 구경가보지~?라는 질문에 떠오른 곳이 가까운 곳에 있던 초량 1941이었다. 구불구불한 동구의 산만디길을 올라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고나서 초량 1941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차....
초량 1941 카페는 자체 주차장이 있다. 다만 매우 규모가 작고 많이 수용해봐야 5대가 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초량 1941에 미리 전화하여 주차공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공간이 없다면 바로 옆에 있는 초량 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 그리고 초량 1941 카페에 도착하려면 네비게이션을 "초량 1941"로 검색한 후 초량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면 덩그러니 조금 큰 하지만 허름한 집이 보이는데, 그곳이 초량 1941 카페다.
초량 1941
・주소: 부산 동구 망양로 533-5 카카오맵 지도보기
・연락처: 051-462-7774
・영업시간: 매일 11:00 - 21:00 (월요일 휴무)
・공식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특이사항: 본건물은 노키즈존, 마당 또는 다른 외부건물은 아이 입장가능, 저녁시간에는 우유가 아닌 맥주와 스낵만 판매
초량 1941 이용수칙
・본 건물의 경우 10세 미만의 어린이 출입을 제한, 야외좌석이나 뒷건물을 이용 부탁
・낮은 보가 곳곳에 있으니 키가 크신 손님은 각별히 머리를 조심.
・우유병은 지참해도 좋으나 세면대에서 세척금지
・초량 1941 카페 마당에 있는 식물을 꺽거나 소품 가져가지 말기
・입장고객(포장손님포함)은 1인 1음료 주문 필수
・반려동물 입장금지
・DSLR 카메라와 노트북 지참 후 카페방문 불가
・관광 또는 촬영 목적으로 카페방문 불가
날씨가 화창했던 날 덕분에 건물이 꽤 정감있게 촬영되었다. 파란 하늘도 좋았고 마당의 초록빛도 좋았다. 마당에도 앉을 수 있도록 허름하지만 길죽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마당에 앉은 이들은 마치 소풍을 온 듯한 분위기를 내기 충분했다.
초량 1941은 두 가지 키워드로 인기가 많다. 첫째,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라는 점, 둘째, 우유카페라는 점이다. 보통 카페하면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이곳은 아주 특이하게도 우유가 인기 많다. 여기에 가옥 내에 적절한 빈티지 소품으로 채워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어 위치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매우 편리한 곳이 아님에도 평일 오후에도 초량 1941 카페의 소박한 주차장은 쉽게 들어차고, 카페내에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이 곳이 본건물이다. 이곳에서 메뉴 주문을 하게 되는데, 이 건물 내부로는 노키즈 존이므로 아동과 함께 방문하고자 한다면 아이는 본건물에 입장이 안된다. 본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낮은 천장턱과 함께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기저기에 놓여진 소품과 전축. 각 공간마다 놓여진 협탁과 의자들을 볼 수록 이곳은 2019년 부산이 아니라 마치 구한말 부산과 같은 분위기였다. 이 분위기를 느끼러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내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를 판매중이었다.
주 메뉴는 우유다. 여러 우유중에서 내가 주문한 것은 말차우유/ 커피는 콜드브루/ 생크림이 들어간 과일샌드위치
이곳에서는 과일산도라고 불렀지만 일본식 표현이니 정확한 표현은 외래어로서 과일 샌드위치가 정확할 듯 싶다. 가장 인기많은 조합이 우유+과일샌드위치이니 시그니처로 주문했다.
초량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풀밭의 길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잇으며, 실제로 이 산기슬에 초량목장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해석한하여 우유카페로 초량 1941은 거듭났다.
아이스커피 5,000원/ 말차우유 6,000원/ 과일샌드위치 9,000원 = 20,000원
p.s. 과일 샌드위치가 9천원.. 양에 비해 비싸다. 다만 신선한 과일이 듬뿍, 괜찮은 생크림이 듬뿍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말차우유는 상당히 달았다. 그러나 생크림과 달콤한 과일이 꽉찬 과일 샌드위치를 먹어보니 샌드위치가 더 달았다. 그 더분에 말차우유가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말차우유는 뭔가 특별한 맛이 있었다거나, 대단히 맛이 좋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말 그대로 우유+말차+시럽이나 단 것을 넣고 잘 섞은 것 정도랄까. 기대보다는 조금 심심했고, 마시기 전에 잘 섞으면 말차 특유의 쓴맛을 강하게 느낄 수도 있었다. 오히여 이곳에서 꽤 맛있는데? 라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은 과일 샌드위치였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먹고 싶을 정도인데, 이유인즉슨 부드러운 빵과 생크림에 달콤한 과일이 꽤나 가득 들어있기 때문이다. 과일을 상당히 좋아하는 내가 과일이 듬뿍 들어있는 과일 샌드위치가 가장 맛있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과일샌드위치의 생크림과 과일이 잔뜩 들어있으니 사실 예쁘게 먹기는 어려웠다. 한입 배어물면 반대쪽 방향으로 과일과 생크림이 툭!하고 튀어나오고, 또 반대편으로 다시 배어물면 또 다시 반대방향으로 툭! 튀어나왔다. 결국 양손을 다 버린다..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입술 주변에 생크림을 묻혀가면서 먹어야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다 먹고나면 손을 씻어야 했지만!
인기 많은 창가자리
내부 공간은 크지 않으므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하면 내부는 복잡복잡했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창가 자리는 금방 들어찼다. 평일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해도 창가자리에 앉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뒷건물에도 사람들이 들어찼고 결국 야외까지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곳의 인기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본 건물 중에서 이 공간이 나는 좋았다. 내가 방문했을 시각에는 이곳에 사람이 없어서 이곳에 자리 잡았는데 30분 정도 지나자 이 공간도 점점 사람들로 꽉 차기 시작했다. 메뉴를 주문하는 공간에도 테이블이 있긴 했지만 좁기도 했고, 사람들이 매우 선호하는 자리이다보니 딱 원하는 좌석을 잡기는 어려웠다. 본건물 입구 왼쪽에 있던 이 공간은 뭔가 구한말의 부티크한 느낌이랄까. 다양한 모양의 의자와 둥근 테이블, 높은 천장과 독특한 전시물건, 여기에 바깥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작은 천장 등. 모든 것이 통일스러우면서 개성넘치는 독특한 분위기의 공간이었다.
이곳에서는 핸드폰으로 대충 찍어도 분위기가 좋았다.
초량메뉴 마그네틱도 판매중이었다. 개당 6~7천원선
독특한 디자인인데다가 다른 곳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초량 1941만의 디자인이었다.
초량 1941 선물주머니
초량 1941이 그려진 초량그림컵 8,000원
크기는 작았지만 그림이 정감있는 그림이었고 그래서 희소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량 1941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나는 마그네틱, 컵, 선물주머니, 메모지, 디퓨저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원하면 인터넷에서도 주문이 가능했다. 디자인 물품에 관심이 많다면 취향껏 골라서 구매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목조건물이 특징인 적산가옥을 카페에 맞게 개조하여 현재 초량 1941로 운영중이라고 한다. 1941은 이 건물이 지어진 연도라고. 그러고보면 해방이후의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로 인해 현재 우리가 필요한만큼 개조해서 사용하는 수 많은 건물중 우리가 의삭하지도 못한채 그 건물이 적산가옥일 확률이 높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고 적어도 부산에서는 말이다.
사실 문화공감 '수정' 찻집에 비하면 초량 1941의 경우 내부의 모습이 거의 100%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1941년 말쯤 지어진 일본인의 가옥을 그대로 카페로 영업하기 편리하도록 대대적인 개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당시의 모습 곳곳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다가, 우리의 오래전 감성을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채워넣었기에 이곳은 그래서 요즘에 떠오르는 독특한 카페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맛보다는 분위기와 간략한 역사적 사실의 힘
이곳이 인기 많은 이유는 우유가 맛있어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보기 드문 독특한 가옥의 구조와 모습, 그에 담긴 간략한 역사적 사실은 충분히 흥미로웠고, 우리의 오래된 아픈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네거티브 헤리티지라는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리면서 적산가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단순한 적의 재산이라는 단어적 의미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싶다. 이곳에 방문함으로써 독특한 분위기 아래서 소위 감성을 담아내는 인스타용 사진을 찍기에 상당히 편리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아픈 역사속 일제 강점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이곳에 방문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입증하게 되고, 알 수 있게 되지 않나 싶다.
만 2세 정도 되는 아이와 이곳을 방문한 가족이 있었다. 본건물은 입장이 안되는 상황이고, 뒷건물은 다른 단체손님이 있었으니 이 가족은 자연스레 야외마당에 있었다. 날좋은 따스한 햇살 아래 아이는 풀이 있는 마당에서 제 힘을 다해 부지런히 걸으며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 햇살을 받으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우유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은 한폭의 화보 같았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그 가족이 연에인급 미모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말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런 평범한 가족이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아이가 다시 보면서 묻지 않을까?
"엄마 여기 어디었어?"
"어, 여기는 카페였어. 사진만 봐도 건물이 특이하지? 이게 말이야~"
2019.10.11 포털사이트, 다음 DAUM 메인에 등장!
메인 페이지 캡쳐를... 깜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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